티스토리 뷰

E

[엠퍼아인_이야기]

✿달꽃 2019. 5. 12. 14:11

 “모든 이야기는 끝났어요.”

 

 용사는 무사히 임무를 마쳤고, 왕국은 다시금 평화가 찾아왔답니다. 오랜 모험을 한 용사는 평화를 가져다준 영웅이라 칭송하였습니다. 그리고, 전란을 잠재운 용사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지냈답니다.

 함께 모험했던 용사의 동료? 물론, 그도 행복하게 지냈답니다. 각자의 사정으로 길을 떠난 동료들도 있었지만, 모두 각자의 행복을 위하여 인사를 건네주었답니다. 다음에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뜻을 이루지 않았나요?”

 신관의 물음에 기사는 말이 없었습니다. 사람들이 칭송하는 용사는, 기사는 신관의 말에도 반응하지 않고 고개는 땅으로. 가련히 몸을 떨며 숨죽여 필사적으로 울음을 참으려 했어요. 신관의 질문처럼 용사는 모든 뜻을 이루었습니다. 처음으로 신이 빚어낸 유리 인형이 땅으로 내려온 날, 신관은 용사에게 말했습니다. 나는 아인체이스 이스마엘. 신이 내린 사명을 마치는 날 다시 사라질 겁니다.

 난 너의 검에 기도를, 항상 앞을 향해야만 하는 너에게 축복을 내리겠습니다. 머지않아 앞으로도 떠나야만 하는 운명을 지닌 너에게. 뜻을 이룬 나는 더는 함께할 수 없겠지만 앞으로의 바람을 담아줄 수는 있어요.

 

 이러면 나도 마음이 편하지 않아요

 신관은 쓴웃음을 지으며 기사의 머리를 쓸어주었습니다.

 네가 아니면 아무런 의미가 없어.”

 기사는 애꿎은 풀 자락을 쥐어뜯었습니다. 땅에 뿌리를 내린 풀더미는 기사의 손아귀에 놀아나 말라버린 뿌리가 땅 위로 솟아올랐습니다. 기사는 소리 내어 울었습니다. 더는 필사적으로 울음을 참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마음이 편하질 않으면, 함께 있을 수 없어? 이전처럼 함께 모험 할 수 있잖아. 영영 가버리는 사람처럼, 그렇게 말하지 말아줘. 이미 네가 없는 그 후의 일들은 상상하고 싶지 않아.

 헤어질 걸 알고도 서로 사랑한 것 아닌가요?”

 .”

 우린 죽을 걸 알고도 살아가잖아요. 너는 계속 살아가요. 나는, 미리 좋은 자리를 만들어놓고 기다리는 거예요. 단지, 그 차이에요.”

 차라리 믿고 싶지 않았던 사실을 마주하면 그나마 받아들일 것이라 믿습니다. 나는 이곳에서 여행을 마무리하지만, 너는 계속해서 떠나야 하는 사람. 그러니 인사를 건네야 합니다. 다음에 다시 만나요.

 

 사실, 이 이야기에는 숨겨진 부분이 있었습니다. 모두 각자의 행복을 위하여 인사를 건넸지만 기사는 그러질 못했어요. 평화를 가져온 왕국은 기사를 영웅으로 칭송하였습니다. 모두들 행복했어요. 신관이 아닌, 자신이 살아남은 기사도. ‘살아남아무척이나 행복했답니다.

 

'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에브아메_살아남다]  (0) 2019.03.31
[엠퍼아인_결말]  (0) 2018.12.01
[아눌헤르_질식]  (0) 2018.11.25
[에브아메_호수, 달]  (0) 2018.09.30
[아메에브_파도]  (0) 2018.08.19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TAG
more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