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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아메_호수, 달]

✿달꽃 2018. 9. 30. 00:44

 언제든 찾아와도 상관없어요.”

 

 나는 호수, 구름 한 점 없이 깨끗하게 열린 하늘 아래 펼쳐진 둥글게 쏟아지는 달을 비추며 맑게 반짝이는 은빛의 또 다른 하늘의 이름. 에브루헨 아모치온, 마지막까지 그들과 운명을 함께하기로. 나 하나의 의지로 선택한 신의 피조물.

 엇갈린 선택의 갈래에서, 여신을 따르는 내 사랑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

 

 

 나는 내 의지로, 끝을 맞이하고 싶어요. , 던진 말에 아메 서머터지는 한참 동안 말이 없었습니다. 인간 놀음에 물들여서는 네가 진정으로 인간이라고 착각하는 건가요? 헛소리도 이제는 정도를 넘어섰군요. 고운 얼굴에 주름을 만들며 예상할 수 있는 말들이라 생각하며 어떤 말을 하더라도 받아낼 것이라 다짐했습니다. 그는, 아메 서머터지는 오직 사명만을 생각하던 사람, 아니 신의 사자였으니까요. 무구를 만들어내고, 투영하고, 상대를 찾아서 제거한다. 뜻을 거스르는 자에게는 잔혹하리만치 차가운 자임은 수색대 단원들은 물론이고 그의 모습을 본 모든 사람은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

 아메 서머터지는 한참 동안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예상치 못한 반응에 나는 눈을 크게 떴습니다.

 , 서머터지?”

 왜 그런 반응이죠?”

 쏘아붙이는 대답에 나는 아, 아녜요라고 둘러대며 고개를 저었습니다. 더듬는 말이며, 멋쩍은 웃음. 영락없이 당황해하고 있는 태도입니다.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더라도 그도 내가 당황해한다는 것을 눈치채고 있을 것이었습니다.

 고마운 마음이 일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나의 선택을 아무 말 없이 받아주었다는 자체가 고마웠습니다. 숨길 수 없는 솔직한 감정. 노란색 아이트가 더욱이 빛을 반짝였습니다.

 

 

*

 

 

 아모치온.”

 서머터지는 힘없이 내 이름을 부르며 어깨에 얼굴을 묻었습니다.

 서머터지?”

 나는 그를 불렀습니다.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어떤 일이 있었나요? 무엇이 그리도 너를 무겁게 가라앉게 만든 건가요? 말하지 않더라도 너도 힘들고 지칠 때가 있는 건가요? 부끄러운 것이 아니에요. , 털어놓으면 편안할 거예요.

하고 싶은 말은 많았습니다. 소리로 나오고 싶은 무언가가 한가득 올라와 목을 따끔하게 만들었습니다. 목울대가 짜르르, 떨렸습니다. 나는 간신히 이것들을 삼켜내고 조심스레 처진 서머터지의 등을 쓸어주었습니다. 그의 등은 작고, 허전해 보였습니다.

 잠깐, 이대로.”

 언제든지 찾아와도 상관없어요.”

 얼마든지 이러고 있어도 상관없어요.

 

 온 대륙을 밝혀주는 햇볕은 여신, 그것을 간직하고, 사라진 빛을 대신해서 밝혀주는 달은 여신을 기도하는 신관. 달을 바라보며 맑게 흩뿌리는 달빛을 머금는 호수는 나.

달은 언제나 밝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밝을 수는 없습니다. 어두운 먹구름이 드리우는 날에는 제빛을 발하지 못하기도 하며, 비가 내리는 날에는 달을 바라보지도, 찾지도 못합니다. 아메 서머터지도 그럴 것입니다. 기약 없는 싸움, 고독하게 누비는 전장이며. 제 등을 맡길 이 하나 없이 다니는 차가운 길에 지치는 순간이 있을 것입니다.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 찾아왔을 테지요.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지친 그를 품어주는 것뿐.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너는 고개를 끄덕였을 겁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고, 사랑해주었을 것입니다.

 

 .”

 서머터지, 너라면.”

 .”

 언제든지 찾아와도 상관없어요.”

 

 나는 호수, 구름 한 점 없이 깨끗하게 열린 하늘 아래 펼쳐진 둥글게 쏟아지는 달을 비추며 맑게 반짝이는 은빛의 또 다른 하늘의 이름.

언제나 밝게 빛나는 겁니다. 모든 이가 너를 바라보며 희망을 품을 수 있도록. 사명을, 뜻을 이룰 수 있도록 나는 너와 함께할 것입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너만을 바라보며 사랑할 겁니다.

 

 사랑해요. 아메 서머터지.”

 

 소중한 나의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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