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하늘이 맞닿았다. 맑게 갠 달에 비친 새벽하늘은 그윽하게 여물어가는 시간과는 달리 깊이를 모른 채 가라앉았다. 가장 높이 오른 자의 고민. 자신의 발밑에는 사람은 많을지언정, 함께하는 옆은 사람이 없다. 새장에 갇힌 채 포르르 노래만 불러야 하는 작은 새의 입장과 다를 것 하나 없었다. 진정으로 자신의 곁에 있어 주는 사람은 없으며, 포개어놓은 작은 손바닥 위에 짊어진 무게는 버거울 정도로 무거웠다. 대륙의 평화. 자칫 손이라도 미끄러진다면 거기에 휩쓸러 스러질 덧없는 생명이 얼마나 많은지. 그 무게 또한 작은 손에 얹혀 위태롭게 휘청거릴 뿐이었다. “….” “여제님, 그렇게 우울한 표정만 지으면 빨리 늙어버려요.” 그는 달랐다. 자신을 향해 사랑스레 휘어지던 눈웃음과 내밀어 보이는 꽃 한 송이...
“…” ‘이것’은 도대체 무엇일까. 멍하니 선 채 가슴을 부여잡았다. 손에 들어가자 짙고 선명해지는 코트 주름. 그를 바라볼 때마다 불안정하게 뛰는 이 느낌은. * 인간과의 유대와 신뢰에서 태어난 ‘무언가’와 신의 힘을 결합한 조화의 힘을 받아들이고 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에게서 물밀듯 치고 들어오는 수많은 낯선 느낌들. 어떤 느낌은 몸을 부여잡고 한참을 떨었으며, 어떤 느낌은 끝이 보이지 않는 나락으로 끌려가는 듯한 착각이 일었다. 하지만 그를 바라볼 때마다 치밀어 오르던 이 느낌은 달랐다. 꿈틀거리면서 간지럽다. 포근하고 따뜻한 느낌이 몸을 감싸 돌며 화악 얼굴이 달아오르는 듯하다. 입에서 달콤한 맛이 느껴지는 것 같으며, 간절해질수록 아려오는 통증.아아…. 이것이 그들이 느끼던 것들인가…? 문..
“아으….” 마법사는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헝클어댔다. 마족들과의 전투에서 적을 얼려버리는 역할로 사용되던 물의 원소 마법. 하지만 최근 벌어진 전투에서는 물 원소 마법에 대해서 내성을 가진 마족이 등장하면서 자신의 전투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전혀 다른 속성의 원소를 혼합하여 사용한다면? 순간 머릿속으로 번뜩 지나간 획기적인 생각. 정말로 구현할 수 있다면 자신은 물론이고 동료들에게도 필시 도움이 되리라. 이렇게 시작된 연구는 생각보다 진도가 나아가지 않았다. 분명 맞을 것이라 생각하며 계산을 해도 번번이 오차범위를 벗어나버렸다. 성과가 좀처럼 나오는 것이 없자 신경은 날카로워졌다. 휴식을 제대로 취하지 않은 몸은 축 늘어지고, 마음은 괜스레 가라앉기만 했다. 계산 중이던 펜을 내려놓고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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