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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아메_사랑한단 고백]

✿달꽃 2017. 3. 26. 18:25

“…”

  ‘이것’은 도대체 무엇일까.

  멍하니 선 채 가슴을 부여잡았다. 손에 들어가자 짙고 선명해지는 코트 주름. 그를 바라볼 때마다 불안정하게 뛰는 이 느낌은.


*


  인간과의 유대와 신뢰에서 태어난 ‘무언가’와 신의 힘을 결합한 조화의 힘을 받아들이고 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에게서 물밀듯 치고 들어오는 수많은 낯선 느낌들. 어떤 느낌은 몸을 부여잡고 한참을 떨었으며, 어떤 느낌은 끝이 보이지 않는 나락으로 끌려가는 듯한 착각이 일었다.

  하지만 그를 바라볼 때마다 치밀어 오르던 이 느낌은 달랐다.

  꿈틀거리면서 간지럽다. 포근하고 따뜻한 느낌이 몸을 감싸 돌며 화악 얼굴이 달아오르는 듯하다. 입에서 달콤한 맛이 느껴지는 것 같으며, 간절해질수록 아려오는 통증.

아아…. 이것이 그들이 느끼던 것들인가…? 문득 머릿속에 들어오는 생각. 정말 모르겠군요. 인간들은 매 순간마다 이런 느낌을 받는 것인가요?

  “가슴이…. 이상해요.”

  세상의 그 중심이자 모든 것을 품어주는 자. 어느 존재들에게 구애받지 않고 자애로운 미소를 지어주는 어머니. 자신을 이곳으로 내려 보내준 존재. 신성한 힘을 받들고 어머니와 가장 맞닿아있는 고귀한 여신의 날개이자 검.

  그를 바라볼 때마다 떨리도록 요동치는 생명의 중심. 따뜻하게 두근거리는 고동은 빨라졌다.


**


  “…너 어디 아파요? 얼굴이 빨개졌어요.”

  “아, 아메.”

  아…. ‘이것’은 도대체 무엇일까. 숨이 가빠졌다. 온몸의 열기가 얼굴로 쏟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순간, 그의 세상에서 모든 것은 사라지고 그만이 눈에 들어왔다. 천천히 자신에게 다가오는 소라색 하늘. 넓게 드리워진 그곳에서 마주한 자신을 발견한 그는 흠칫 놀랐다. 느리게만 흘러가던 그의 세상이 다시 원상태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상태가 안 좋은가요? 잠시 쉬는 것이 어때요?”

  아아…. 이제야 ‘이것’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아요. 세상 다른 사람이 아닌 너만을 바라볼 때 밀려오는 낯설지만 익숙한 이 느낌.

  “…아니에요.”

  “…?”

  “아픈 것이 아니에요.”

  “에브루헨?”

  “감정을 받아들이면서 항상 너를 볼 때마다 따라다니던 이 느낌.”

  ‘이것’은 바로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이에요. 그렇군요. ‘이것’이 바로 사랑이라는 것이군요. 여신께서 내려주신 인간의 선물 중 가장 빛나고 위대한 것. 어머니. 당신은 정말 인간들에게 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것을 내려주셨군요.

  “드디어 알았어요. 이제는 말할 수 있어요. 아메. 나는 너를 좋아해요.”

  “에, 에브루헨….”

  이제야 알게 되었어요. 정말로. 정말로 행복해요. 자신도 모르게 눈가에 맺힌 두 개의 물방울. 눈을 감는다. 물방울은 볼을 타고 흘러내린다. 무엇인지 알게 되었어요. 내가 이곳에서 사라지는 그 마지막 순간까지. 가장 소중하게 아껴야 할 것이군요.

  “아메. 사랑해요….”




  “너는 왜 그런 불필요한 것을 받아들인 거죠?”

  머릿속에서 끝없이 울리던 그의 목소리.

  그렇지 않아요. 불필요한 것이 아니에요. 이것들이 있기에 인간들은 짧은 생을 살면서도 그렇게 빛날 수 있는 거예요.

  끝없이 밀려오는 갈증. 생각하면 할수록 벅차오르는 것과 동시에 아려오는 통증. 상처를 입은 것에서 느껴지는 통증도 아닌데 이것은 도대체 무엇인지. 이전에는 알지 못했지만, 지금의 그는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이것. 이것이 있기에 여신이 품어주는 곳에서 발을 디디며 스러지는 짧은 생일지언정, 그들은 열심히 살아갈 수 있는 것이었어요.

  꿈틀거리면서 간지럽다. 포근하고 따뜻한 느낌이 몸을 화악 감싸 안으며 얼굴이 달아오르는 듯하다. 마치 몸에서 돌고 있는 열이 얼굴로 모인 것만 같았다. 입에서 맴도는 달콤한 맛. 저도 모르고 조금씩 떨리는 낯선 감각.

  이것을. 이것을 어떻게 하면….

  “어떻게 하면 내가 느끼는 것을 너에게 전해줄 수 있을까요?”

  여느 날과 다름없는 창가의 햇볕. 따갑게 내리 쬐는 햇볕에 반사적으로 눈을 찌푸린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자신을 제외하고는 사람이라곤 아무도 없는 방. 혼자 있어서 그런 것인지, 자신도 갈피를 잡지 못하는 마음 때문인지.

  입을 열기 시작한다. 자신의 마음을 담아. 흘러가는 노래에 말을 담아. 그는 조용히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


  “아메. 이건 필요 없는 것들이 아니에요. 여신께서 인간들에게 내려준 선물 중 가장 멋있고 위대한 것이에요.”

  잊혀지지 않는 목소리.

  짧게 혀를 찼다. 필요 없는 것이 아니라고? 세상의 뿌리, 엘리아를 섬기는 어머니가 내린 사명을 이루는 것만이 자신에게 필요한 것. 그 이외의 것들은 그저 사명을 이루는 것에 맞춰주는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스스로 자처해서 불필요한 수고를 하고 있다. 자신과 함께하는 ‘그’는 그러했다. 여신이 품어주는 땅에서 생명을 이어가는 이들에게서. 그것을 받아들이고는 눈 깜짝할 사이에 수없이 꽃 피워냈다. 인간들처럼 많은 것을 보고 느끼며, 자신의 방식대로 그것…아니, 감정을 피워냈다.

  끝없이 밀려오는 갈증. 눈앞에 없으면 자꾸만 머릿속에서 생각나고, 목소리를 들어야 안심이 되었다. 이것은 도대체 무엇인지. 자신의 머리로는 이 낯선 감정을 무엇이라고 정확하게 정의를 내릴 수 없었다. ‘그’가 말했던 인간들이 느낀다는 감정이라는 것인가? 가당치도 않은 소리. 자신은 어머니와 가까워지고자 그들의 모든 것들을 버렸다.

 하지만, 하지만 이것은….

 혼란스럽게 빙글빙글 돌아가는 수많은 생각에 이마를 짚은 그는 방으로 향하던 걸음을 멈췄다.

  ‘…노래?’

  사이로 조금 열려있는 틈으로 살짝 고개를 기울였다. 창가에 시선을 둔 채 흥얼거리는 에브루헨이 보였다.


피어나는 꽃들도 너를보고있죠

설레이는 나의 마음을 어떻게 말하죠

나는 너를 사랑해요

너와 함께 하고파요

맴도는 이 말들로는 나의 마음 전할 수 없어


  에메랄드빛 하늘에 수없이 피어있는 꽃밭. 소라색 눈동자가 크게 부풀었다. 달콤하게 꿀이 흐르는 이곳이 다름 아닌 자신을 향했다는 사실에. 자신이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낯선 느낌을 ‘그’가 느끼고 있다? 놀라움에 벌어진 입은 다물어질 생각을 하질 않았다.

  ‘그’가 느끼는 것. 자신이 느끼고 있는 것. 모두 같은 것.

 가슴을 움켜쥐었다. 간지럽게 꿈틀거리는 감각에 몸이 부르르 떨렸다.

  “그래. 그랬던 거군요.”

  틈 사이로 손을 집어넣어 문을 열었다. 끼익하는 나무 소리에 돌아보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쏟아졌다. 자신처럼 놀라움에 커진 눈동자.

  “아, 아메…? 아, 그…. 저… 방금은….”

  “들었어요.”

  금방이라도 터질 듯 화악 달아오르는 ‘그’의 얼굴에 피식하고 작게 웃음이 지어졌다.

  “……아아.”

  “이제 알았습니다. 나도 너와 같아요.”

  “…네?”

  ‘그가’ 느끼는 것. 자신이 느끼고 있는 이것. 모두 같은 것이었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 이제야 알 것만 같았다. 덧없이 짧은 시간일지라도 인간들이 슬퍼하지 않고 기뻐하며 살아갈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는 것. ‘그’가 해준 말이 뒤늦게서야 이해할 수 있었다.

  “나도…. 너를 좋아합니다.”


피어난 꽃을보고 알 수 있었죠

설레이는 나의 마음을 이렇게 말할게요

나는 너를 사랑해요

너와 함께 있을게요

흔한 이 말들로는 나의 마음 전할 수 없어


  이어지는 노래에 더욱 달아오르는 ‘그’의 얼굴. 그리고 눈꼬리에 맺히는 눈물방울. 그리고 환하게 피어나는 웃음.

  알아버린 이상, 더 이상 놓칠 수는 없어요.

  너를 사랑해요. 너를 사랑해요. 영원히. 언제까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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