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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텀아리_달]

✿달꽃 2017. 6. 26. 00:15



 하늘과 하늘이 맞닿았다. 맑게 갠 달에 비친 새벽하늘은 그윽하게 여물어가는 시간과는 달리 깊이를 모른 채 가라앉았다. 가장 높이 오른 자의 고민. 자신의 발밑에는 사람은 많을지언정, 함께하는 옆은 사람이 없다. 새장에 갇힌 채 포르르 노래만 불러야 하는 작은 새의 입장과 다를 것 하나 없었다. 진정으로 자신의 곁에 있어 주는 사람은 없으며, 포개어놓은 작은 손바닥 위에 짊어진 무게는 버거울 정도로 무거웠다. 대륙의 평화. 자칫 손이라도 미끄러진다면 거기에 휩쓸러 스러질 덧없는 생명이 얼마나 많은지. 그 무게 또한 작은 손에 얹혀 위태롭게 휘청거릴 뿐이었다.

 “….”

 “여제님, 그렇게 우울한 표정만 지으면 빨리 늙어버려요.”

 그는 달랐다. 자신을 향해 사랑스레 휘어지던 눈웃음과 내밀어 보이는 꽃 한 송이. 그는 항상 자신의 옆을 함께했다. 뿌옇게 세상이 흐려지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흐려진 세상에서 또렷하게 들려오는 것은 달의 목소리뿐.

 “어어— 울지 마요. 당신은 웃는 얼굴이 제일 잘 어울려.”

 언제나 비가 내리는 새벽하늘. 깨끗하게 개여 그 빛을 눈부시게 발하는 때는 하늘에 달이 걸리는 그 순간.


*


 “…팬텀.”

 당신을 언제나 꿈꾸었어요. 누구보다 자유를 만끽하며 진심으로 웃을 수 있는 사람. 나는 그런 당신에게 미안하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네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진정으로 내가 사랑하는 사람아. 나를 미워해도 좋아요. 원망해도 상관없어요. 내가…당신에게 부탁해도 될까요? 내가 지키려던 이 땅. 메이플 월드는 이전처럼 다시 무너져 내릴지도 몰라요. 당신이 이곳을 지켜주세요. 내가 아는 당신은 분명히 잘 해낼 거라 믿어요.

만약. 황제 아리아가 아닌 평범한 한 사람의 여자로 태어난다면. 다시금 당신에게 찾아갈게요. 누구보다 자유를 만끽하며 내가 품에 안던 땅을 누비던 사랑하는 달.

 부디, 내가 없어도 살아주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다음에는 우리 꼭…. 다시 만나요. 그때처럼 능청스레 웃으며 저에게 꽃을 내밀어주세요. 사랑해요. 사랑해요. 나의 달.


* *


 "…아리아.”

 “팬텀.”

 이번이 아닌. 다음 생에는. 우리 꼭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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