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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에브_파도]

✿달꽃 2018. 8. 19. 23:49


 서로의 온기가 맞닿던 순간, 나는 입을 뗄 수 없었습니다. 항상 불러주던 이름도, 안아주던 포옹도 할 수 없었습니다. 더없이 고요하고 가라앉습니다. 이곳은 어두운 밤바다, 마지막까지도 더없이 행복한 추억만을 안고 가더라도 뼛속까지 시려오는 냉기에 온몸을 덜덜 떠는. 상실의 순간이 더욱 아프고 생살이 찢기는 고통으로 다가오는 곳입니다.

 

어땠어요?”

나는 덮치는 파도를 온몸으로 맞으며 질문을 건넸습니다. 따뜻한 온기가 식는 동안, 잠깐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은 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동안 마음껏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를 마음껏. 나누어보도록 해요. 입을 연 순간부터 나는 질문에 대한 답을 들을 것이라 생각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처음부터 기대라는 것을 하지 않았습니다. 원하는 것을 그리면 그릴수록, 크기가 클수록 상처도 그만큼 깊을 테니까요. 최소한의 아픔으로, 현재의 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런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을. 나는 너무나 늦게 알아버린 겁니다.

 

점차 먹혀가는 이곳에서 거품을 가득 문 이를 드러내는 짐승은 뒤로 밀려났다 다시 들어오길 반복합니다. 언젠가는 빠져 죽더라도 행복할 것만 같던 이곳은, 지금은 볕조차 들지 않게 되었습니다. 사라지는 세계, 죽어가는 물빛. 그리고 이곳에서 마지막 페이지를 장식하기 위하여 찾은 나. 아름다운 바다, 어두운 밤바다. 깨끗하게 빛나던 나의 사랑이 스러진. 서러운 눈물의 여로.

 

많이 사랑했어요.”

나는 순간마다 후회하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기도하는 손은 언제나 적을 베어 넘기며 피를 묻히지 않는 날이 없었습니다. 작은 것은 생채기부터, 커다란 것은 등에 깊은 흉터까지. 이스마엘의 이름을 부르며 모든 것은 뜻을 위해서라고 말했습니다. 검이 되고, 길이 되며, 뜻을 이루길 원하던 너는 스스로 작디작은 신이 되었습니다. 하늘 위로 올라가 버려, 내가 닿을 수 없을 만큼 반짝이는 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서 사라진 이곳에서, 나는 한정적인 육체의 시간을 버티지 못하고 사라지려고 합니다.

 

흔적도 없이 사라지기 좋은 날이에요.”

나는 이제 완연히 피어나고 지는 것을 기다리는 꽃에 지나지 않습니다. 아니, 꽃이라 불러주던 너를 만나러 가는 것이 머지않았습니다. 사랑하는 나의 아메 서머터지, 너는 어땠어요? 엘리오스를 함께하며, 이곳을 걸으며. 나와 함께하는 동안 너는 어땠나요?

 

어땠어요?”

.”

나는 많이 사랑했어요.”

.”

차갑고, 서러우며 마음 한구석에서 시큰거리는 고통이 가시질 않는 마지막 페이지. 여전히 대답은 돌아오지 않고, 바짓자락만 적시는 파도 위에서.

 

나는 끝을 맞이합니다.

, 너를 만납니다. 나는 슬프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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