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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 서머터지_제목없음]

✿달꽃 2018. 5. 28. 22:46

5X

오월입니다. 비가 내리는 날도 있었지만 완연한 봄이 찾아왔다는 것을 몸으로도 느껴집니다. 고개만 내밀던 싹은 받아마신 물에 힘껏 기지개를 켰고, 예전에 함께 심고 네가 걷어둔 씨앗이 또다시 꽃으로 돌아왔습니다. 분명 피어난 꽃을 보면 당신은 이름을 부르며 좋아했겠지만 나는 당신처럼 꽃에 대해서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자는 아니기에 그저 피었다는 사실만 알아차릴 뿐입니다.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어느 정도 뿌리를 깊게 내리고 자리를 잡는다면 몇 송이를 따로 화분에 담아 만나러 가는 날에 들고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입니다.

 

책만 본다고 여신님이 찾아오는 거도 아니잖아요

툴툴거리는 당신의 말에 결국 나는 인상을 찌푸립니다. , 두툼한 종이뭉치 소리를 협탁 위에 올려두고 한껏 힘이 들어간 미간 주름을 손으로 꾹꾹 문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옷장의 문을 열고 무엇을 입고 나가야 할지 반사적인 고민에 가지런히 걸려있는 옷가지들을 바라보다 손에 잡히는 대로 한 벌을 꺼내 들었습니다. 사실 아무 옷가지나 주워입어도 이것마저도 당신의 손길이 거쳤기에 어울리지 않는 것은 없었습니다. 글로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우습기는 하지만 당신은 보는 눈이 정확하기 때문입니다. 옷을 보는 눈이든, 신선한 식재료를 고르는 눈이든, 그리고 앞으로 닥칠 일이나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눈이든. 모든 것들이 완벽했습니다. 입버릇처럼 너도 나랑 같잖아요라고 말하지만 나는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당신만큼 뛰어나지는 않은 것은 엄연한 사실이었으니까요.

 

거울 앞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며 매무새를 살폈습니다. 주름진 곳은 없는지, 먼지가 묻어 흉잡힌 곳은 없는지. 꼼꼼하게 둘러봅니다. 한참을 같은 자리에 머무른 끝에 나 자신에게 만족하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거울 안의 나도 똑같이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다녀올게요.”

그래요. 생각 잘했어요. 가끔은 바람도 쐬어야 기분 전환이 되는 거라고요.”

 

나는 또 당신에게 떠밀리듯이 오늘도 밖을 나섭니다. 나갈 일도 없거니와 마주하기 싫은 문밖의 넓은 세상을 향해. 당신은 계속해서 나에게 말을 건넵니다. 괜찮아요, 언제까지나 여기에서 머무를 수는 없을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느리더라도 이렇게 해야 하는 게 맞아요. 나는 웃으며 당신에게 인사합니다. 당신도 웃으면서 나에게 인사를 합니다. 항상 문을 열면 당신이 반겨줍니다. 내가 웃을 때나, 울 때나. 언제나 그 자리. 이곳에서. 액자 속의 당신은 항상 나를 보며 웃음을 짓고 있습니다. 멈춰버린 사진 속 시간에서 바라보고 있는 당신에게 흘러가는 시간을 살아가는 나는 오늘도 말을 겁니다.

 

오월입니다. 네가 걷어두었던 씨앗이 다시 꽃이 되었습니다. 햇볕도 따뜻하고, 밖에 나가서 연인들의 시간을 보내기에도 아주 좋은 나날의 연속입니다. 이런 날은 흔치 않다며 데이트하자고 조르던 네 목소리가 아직도 귀에서 맴돌고 있습니다. 쉬이 바람이 흐르면 잊힐 목소리일지언정 나는 끝없이 되뇝니다. 에브루헨 아모치온, 다녀올게요. 오늘은 다음에 너를 만날 때 가지고 갈 꽃과 함께 친구삼아 데려갈 새로운 꽃을 찾아보겠습니다. 날이 따뜻하니까. 금방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조만간에 만나러 가겠습니다. 그때까지만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시간은 빠르게 흘러가니까 그 발걸음에 맞춰서 서두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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