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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에브/에브아메_무제]

✿달꽃 2018. 5. 28. 02:30


너를

누군가 사랑받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거리낌 없이 너를 가리켰을 것이다. 움푹 들어간 볼우물에는 언제나 맑은 물이 흘렀고, 빙긋 웃는 미소가 그린 길에서는 풀꽃 냄새가 났다. 싱그러운 숲은 사랑받는 너였다. 숲의 푸르름에 빠져든 모든 존재는 행복하게 웃음을 지었고, 눈물 따윈 흘리지 않았다. 그곳은 동화 속 평화로운 마을만큼이나 과 같은 장소였으니까. 초록빛 잎사귀들 사이로 비치는 햇빛, 반짝이며 돌이 이어놓은 길을 노래하며 흘러가는 물가. 아름다운 숲은 어여쁜 너였다. 너는 어여쁘고 모두에게 사랑받는 존재였다. 짧은 순간 스쳐 지나간 사람이든, 함께 등을 맞대고 전장을 뛰어다니던 동료든. 모두가 너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너를 사랑했다.”

이제야 너를 알게 되었다. 찾아온 봄날의 어떤 햇볕처럼, 매 순간 따뜻했던 너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감정을 피워낸 너는 일찍이 나보다 먼저 이것을 매만지고 후회하지 않는다고 소리 없이 미소를 지었겠지.

 

이제는

사랑한다 말하며 나에게 걸어왔던 길을. 네가 걷던 길에서 고개를 돌리고 다시 발을 떼어야 한다. 어떤 선택을 하든 멈춰있는 이곳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고 함께 나누었던 모든 것도 지나가 버릴 것이다. 시야가 흐려지고 앞이 보이지 않아도 나는 장갑에 물기를 닦아내며 걸어가야 한다. 아니, 걸어가려 한다. 뒤늦게 알아차려 미안하다는 말도, 전하지 못한 채 담아두기로 마음을 굳힌 사랑한다는 말도. 함께 들고서 앞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기려고 한다.

 

나는 너를 사랑했다. 이제는 이런 선택을 하지 않으마

만약, 다시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면. 여신이 허락한다면. 그때는 너와 죽음도 함께할 것이다. 내가, 너의 뜻도 함께 짊어지고 가겠다. 나의 에브루헨 아모치온. 어여삐 피어나던 아름다운 꽃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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