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누군가 사랑받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거리낌 없이 너를 가리켰을 것이다. 움푹 들어간 볼우물에는 언제나 맑은 물이 흘렀고, 빙긋 웃는 미소가 그린 길에서는 풀꽃 냄새가 났다. 싱그러운 숲은 사랑받는 너였다. 숲의 푸르름에 빠져든 모든 존재는 행복하게 웃음을 지었고, 눈물 따윈 흘리지 않았다. 그곳은 동화 속 평화로운 마을만큼이나 ‘꿈’과 같은 장소였으니까. 초록빛 잎사귀들 사이로 비치는 햇빛, 반짝이며 돌이 이어놓은 길을 노래하며 흘러가는 물가. 아름다운 숲은 어여쁜 너였다. 너는 어여쁘고 모두에게 사랑받는 존재였다. 짧은 순간 스쳐 지나간 사람이든, 함께 등을 맞대고 전장을 뛰어다니던 동료든. 모두가 너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너를 사랑했다.”이제야 너를 알게 되었다. 찾아온 봄..
* 의미 불명 * “이 꽃이 왜 아름다운지 알아요?” “….” 유리 인형은 말이 없었다. 표정이며, 펜듈럼을 쥐고 있는 가느다란 하이얀 손마저 바스라질 것만 같았다. 블루헨은 자신을 가리키며 눈꼬리를 휘며 리히터를 향해 웃어보였다. 더욱이 자신을 보라는 듯, 환하게. “모든 꽃은 예뻐요. 그렇지 못한 것을 찾는 것이 더 어려울 정도로. 그중에서도 제일 예쁜 건 나에요.” “에브루헨 아모치온” “…옛 이름으로 나를 불러주네요.” “이제, 인간 놀음은 그만 두세요.” 인간 놀음. 블루헨은 펜듈럼을 손목에 묶고는 활짝 피어난 아이트를 톡톡 두드리며 손장난을 쳤다. 명백히 그의 말을 듣고 있지 않는다고 말하는 듯. 리히터를 흘긋 쳐다보며 콧노래까지 흥얼거렸다. 드러내는 도발에도 리히터는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블..
“모든 일이 끝난다면” “응?” 기사는 한가득 욱여넣고 있던 빵을 입에 문 채 신관을 바라보았다. 열셋의 나이에서 훌쩍 커버렸지만, 곳곳에 남아있는 어린 소년의 모습에 신관은 미소를 지었다. 신관은 기사에게 천천히 먹으라는 듯 손을 흔들었고, 알겠다는 웅얼거리는 말과 함께 몇 번 씹지도 않고 꿀꺽 삼켜내고는 기사는 가슴팍을 두드렸다. 그의 모습에 신관은 천천히 먹으라고 했잖아요, 라는 말과 함께 미소를 지으며 잠깐 끊었던 말을 이었다. “모든 일이 끝나고 난 후의 일상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 있어요?” “갑자기 그 질문은 왜?” 기사의 질문에 신관은 짐짓 놀란 표정을 지었다. 마주 보는 눈동자가 똑같이 깜빡였다. 예상치 못한 반응인 듯, 신관은 눈동자를 구석으로 도르륵 굴리고는 볼을 긁적였다. “갑자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