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각거리는 소리와 함께 끼고 있던 가면을 벗었다. 가면 속에 가려져 있던 붉은 눈동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스물 후반으로 보이는 남성이 가질 수 있는 눈으로 보이지 않았다. 생기가 사라진 붉은 기운은 어두운 그림자에 잠겨버린 채 서서히 가라앉는 듯했다. 오래전에 앞으로 나아갈 길을 잃어버린 것처럼. 굳게 다문 입 또한 그가 스스로 마음을 닫아버렸다는 것을 쉽게 읽을 수 있었다. 보존 장치에서 흘러나오는 빛에 공명석이 반짝였다.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안고 있던 꽃다발을 곁에 내려놓았다. 그는 멍하게 보존 장치를 쳐다보았다. “하르니에….” 넘실거리는 빛 안에서 고요히 눈을 감고 있는 여인. 살아있는 사람이라고 보기엔 얼음장처럼 차가워 보이는 안색. 금방이라도 바스러질 불안정한 유리 꽃과도 같은 여인. 함..
“…으음.” 한번 내려갔던 눈꺼풀을 다시 들어 올리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녔다. 드론 수리를 마무리 짓던 중 무겁게 짓누르던 잠을 못 이겨 잠시 눈을 감았다. 마인드의 기억은 그 부분을 마지막으로 끊겨버린 듯 더는 생각나지 않았다. ‘얼마나 잠이 들어버린 거지.’ 방 안은 이미 어둑어둑해져 켜놓고 있던 스탠드 등만 환하게 책상 위를 밝히고 있었다. 마인드는 말없이 자신이 수리하고 있던 드론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눈은 끔뻑거리며 제 할 일을 잘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정신은 아직 잠에 취한 듯 멍하기만 했다. 팔꿈치에 밀려 자료 한 장이 팔랑거리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마인드는 바닥에 떨어진 자료를 줍기 위해 허리를 굽혔다. 담요 한 장이 떨어졌다. ‘…?’ 옅은 보라색 담요. 잠깐 잠이 들었을 때 사이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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