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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에브_팬케이크]

✿달꽃 2017. 6. 22. 01:36

* 원더러 찬조 출연 *



 “그러니까…. 아메. 이걸 아메가 만들었다는 거죠?”

 “내가 만들었어요.”

 언제나 영롱하게 반짝이던 에메랄드빛 호수가 무엇 때문인지 불안정하게 흔들렸다. 마음 같아서는 자신을 생각하며 만들어준 그의 정성에 당장에라도 접시째로 씹어먹었을 테지만…. 어째서인지 그의 또 다른 일부분인 본능은 이것을 먹어선 안 된다고 소리 지르고 있었다. 새까맣게 그슬린 원반은 둥근 모양을 한 채 접시 위에 꿀이 발려져 있었다.

 ‘……팬케이크?’

 “….”

 어지간한 상황에서도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능글맞게 넘어가던 그가 이런 반응을 보인다는 것은 몹시 당황했다는 증거. 에브루헨과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 아메가 그것을 모를 리가 없었다. 팬케이크와 자신을 번갈아 보던 시선이 꽤 거슬리는 듯 인상을 사납게 찌푸려댔다.

 “…너, 그 눈빛은 무슨 의미죠?”

 “아, 아니에요. 그, 그냥 아메가 나를 위해서 만들어 주었다는 사실에 감…동 했어요.”

 “….”

 눈을 마주치지 못한다. 말을 더듬는 모습이며 ‘감동’이라는 심정을 내비쳤을 때의 잠깐의 공백. 분명 무언가로 인해서 당황하거나 불안하다는 것인데…. 에브루헨답지않게 떨리는 눈을 보아하니 당황스러움보다는 불안하다는 쪽이 더 가깝다. 그리고 문제는 그 ‘무언가’. 자신과 그를 둘러싼 이 공간은 팬케이크와 자신, 그리고 불안해하는 에브루헨이 전부. 그가 불안에 떨게 만드는 그 ‘무언가’가 자신이 만든 팬케이크라는 결론까지 이르자 차갑게 가라앉은 물빛 눈동자는 주위를 얼려버릴 것만 같았다.

 “히익! 아, 아, 아…아메?”

 “…너를 생각해서 만들어준 내가 바보군요. 이리 내요.”

 “…! 그걸 어떻게. 읍. 아, 아니. 네가 만든 팬케이크 때문이 아니에요. 그건 오해라고요!”

 “시끄러워요.”

 이미 상해버린 마음을 어찌하겠는가? 짧은 길이의 검을 투영해내 식탁에 내리꽂으며 팬케이크 접시를 내놓으라는 아메와 핏기가 하얗게 가신 채 접시를 손에 들며 고개를 세차게 흔드는 에브루헨.

 …평소 에브루헨의 말재간에 놀아나는 ‘고대인씨’가 넋놓고 바라볼만한 가히 진풍경이 펼쳐졌다.

 “…아메, 에브루헨?”

 부엌 입구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둘은 고개를 돌렸다. 잠에서 막 깨어난 듯 눈을 비비며 부엌으로 들어온 원더러는 아직 잠에 취한 상태였는지 멍하게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워, 원더러. 깼어요?”

 “뭔가 싸우는 소리가 들려서요. 어, 에브루헨. 그 팬케이크는….”

 “아아. 이거 아메가 만든 거예요. …그런데 너 이게 팬케이크라는 걸 어떻게 알았….”

 옆에서 따갑게 쏘아대는 시선 때문에 그의 말은 끝을 맺지 못하였다. 원더러는 에브루헨의 말에 그건 당연하게 알 수 있다고 대답하며 빙그레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메가 만든 팬케이크…. 먹어보고 싶어요.”

 “하지만….”

 “네가 안 먹을 거면 양보해요.”

 “하지만 원더러. 이건 사람…. 아니 신관이 먹을 음식… 히익!”

 원더러와 에브루헨의 사이를 빠르게 지나 벽에 박혀버린 투영검에 그의 말은 중간에 끊겨버렸다. 그는 이 이상으로 솔직하게(!) 이야기를 했다간 사명이고 나발이고 여신님을 먼저 만나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 괜스레 등이 서늘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에브루헨의 머릿속에서 많은 생각으로 가득 차있는 동안 원더러는 아메가 내밀어준 포크 하나를 집어 들고는 까치발을 들어 올려 팬케이크 한 조각을 입에 집어넣었다.

 “…? 왜 한 조각이 비…워, 원더러? 원더러!”

 “정신 차려요. 원더러!”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버린 채 쓰러져버린 원더러가 익스큐터와 엔파서의 간호로 정신을 차린 것은 이틀의 시간이 지난 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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