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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나아인_무제]

✿달꽃 2017. 8. 14. 23:59


 “….”

 언어에는 위대한 힘이 깃들어있다. 그는 늘 그렇게 생각했다. 입을 열어 소리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세상 밖으로 나온 소리는 언어라는 이름으로 공기를 타고 흘러가며 수많은 의미로 흩뿌려질 수 있다는 것을 눈으로 직접 담아왔었다.

 모든 것들이 이루어지는 신비한 세계. 희망을 노래하는 소리는 기적을 불러일으키며, 안식을 위한 흐느낌은 마지막으로 걷는 망자의 앞길에 편안한 휴식을 기원한다.

 목소리, 그것을 표현하는 수단인 언어는 마법과도 같은 힘이 깃들어있다. 그는 늘 그렇게 생각했다. 정확히는 그가 이런 생각을 가지도록 만들어준 신관은 늘 입버릇처럼 이런 말을 했다.

 “엘소드. 꼭 기억하세요. 물리적인 힘도 ‘힘’이라고 칭하지만 말에도 그에 못지않은 ‘힘’이 있어요. 지도자는 항상 그 사실을 잊지 않도록 해야 해요.”

 위대한 마법과도 같은 그것. 그래. 언어에는 위대한 힘이 깃들어있다고 했었지. 그렇다면 매일 이렇게 내가 말하는 것에는 왜 ‘힘’이 들어가지 않는 거지? 왜 그런 거야? 가르쳐줘.

 “아인.”

 수면에는 일그러진 얼굴이 비쳤다. 모든 것이 끝나고 잠들어버린 그날 이후로. 밑바닥에 가라앉아있는 신관을 기억하는 사람은 오직 기사왕, 그 혼자였다. 마치 할 일을 끝냈으니 다시 아무 미련도 남기지 않고 돌아선 것마냥. 그렇게 깊이를 알 수 없는 밑바닥으로 돌아갔다.

 언어는 위대하다 하였던가? 말에도 힘이 있다고 하였던가? 모든 것들이 이루어지는 신비한 세계에서는 딱히 놀랄 일도 아니다. 하지만. 하지만 이렇게 빌고 애원하는데도 자신의 바람은 어째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인지. 찌르르. 몸이 떨린다.

 수면 아래로 또 다른 세상이 비치는 거울 아래. 깊이를 알 수 없는 그 호숫가에는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검이 잠들어있었다. …아니. 세상 사람들이 잊어버린 검을 유일하게 그리워하는 왕이 있었다. 신관을 그리워하는 왕이 있었다.

 “…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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