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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레하르_재회]

✿달꽃 2017. 6. 19. 00:21



 “…하트.”


 아아…. 유백색의 그 환한 빛 아래서 영원히 뜨여지지 않을 것만 같았던 눈동자. 무겁게 내려앉던 눈꺼풀이 들어 올려지고 촉촉하게 젖은 청백색의 바다속에 자신의 모습이 비쳐 보인다. 이윽고 고요하던 바다는 물결치며 흠뻑 물기를 머금으며 젖어 들어간다. 수면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흐려진다.


 얼마나 긴 시간이 흘렀던가. 태양은 죽어가고, 어둡게 그늘졌다. 생명을 잃어버렸다. 다시는 찾지 못할 잃어버린 이름과 함께. 손에 쥐어 들었던 것은 흐드러진 꽃 한 송이. 생을 살면서 두 번 다시 만나지 못할 것이라고 각오까지 다졌다. 모두 나의 책임이라고.

 지켜내지 못했다며 머리를 감싸 쥐고 미친 듯이 울부짖었던 그 순간에도 자신은. 아무런 힘이 되어주지 못했다. 작고 여린 몸은 바닥으로 쓰러지고 감긴 눈은 다시 떠지지 않았을 때도. 보존 장치에 가라앉아버린 의식이 돌아오기를. 눈을 뜨며 자신을 바라봐주길 기다릴 때도. 자신은. 아무런 힘이 되어주지 못했다.

 정말…. 이것이 꿈은 아닐 테지?


 “하트….”


 손에 쥐면 바스러질 것만 같은 손이 제 뺨을 쓸어내린다. 따뜻한 온기. 아아. 아아…. 하르니에. 나의 하르니에. 이것이 진정 꿈은 아니길. 꿈이라면 다시는 깨어나지 않길. 간절히 빕니다. 여신이시여. 죄 많은 사람에게 짧은 순간의 자비를 누릴 수 있는 시간을 주시길. 진심으로. 간절하게 빕니다.


 “하르니에…?”

 “페리하트, 정말로…너 맞지?”


 조심스레 꽃을 감싸 쥐었다. 바람결에 부서지지 않도록. 오랫동안 시들었기에 약해진 줄기가 바스러지지 않도록. 기적처럼 돌아온 여리디여린 꽃. 이 세상 무엇과 바꿀 수 없는 나의 소중한. 나를 살게 해주는 의미이자 삶 그 자체. 이제 더는—


 “더는 혼자 두지 않을게. 영원히 함께할게.”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너의 뒤를 따르는 그 걸음마다 스며드는 추억만 보아도. 이토록 사랑스럽다는 것을 알 수 있거늘. 청백색 바다에 비치는 그늘진 태양. 깊이를 알 수 없는 맑은 바다에 제 몸을 던진다. 끌어안는 손이 떨린다. 이제 더는 혼자 두지 않으리.

 몇 번이든 내 삶을 바쳐서라도 너를 사랑하마. 하르니에. 사랑하는 나의 하르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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