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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에브_사련하다]

✿달꽃 2017. 6. 8. 00:35

 

* 사련하다 : 생각하며 그리워하다 *

 

 “….”

 너는 누구보다 아름답게 피어났다. 누구에게 보이는 것도 아니요, 뽐내기 위한 것도 아닌 자연스레 빛을 발하던 매력이 유달리 남들과 달랐던 너. 기쁨과 웃음을 받아 마시며 하늘을 향해 고개를 추어올렸다. 황홀하구나. 너의 향. 너의 미소. 사랑스러운 너의 매력을 어느 누가 싫어하던가. 모두가 너를 아끼고 사랑하니. 그에 화답하는 듯 탐스럽게 향을 바람길에 실어 보내며 스스로 빛낼 줄 알던 아리따운 여린 존재여.

 “나는….”

 세상 어느 사람, 아니 어떠한 존재보다 기억에 남고 싶었다. 마음속에서. 그 깊은 곳 가장자리에서 색이 바래 희미해지는 추억일지언정. 너는 잊히는 것을 두려워했다. 너를 아름답게 만드는 동시에 이렇게 망가지게 만든 야속한 ‘감정’이라는 존재는 참으로 무심하구나.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몸도, 마음도 차디차게 만들어버린다. 무대를 오르던 배우에게 정해져 있는 막을 향해 춤추거라. 정해져 있는 결말이라도 겸허히 받아들이거라. 야속한 이 존재를 받아들인 것은 너의 선택이었다고. 모두에게 잊히더라도. 이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야만 한다. 그것이 아프더라도 너에게 가장 이로운 길일 것이다.

 “….”

 나는 길을 틀었다. 하지만 너는 아직 그 길 위에 서 있는 존재. 같이 걸어가 줄 순 있더라도 그 끝에선 결말을 함께 맞이하지 못한다. 아아, 그래. 누구보다 그 여자를 갈망하던 그라면 야속한 존재를 욕하면서도 너에게 손을 내밀어줄 것이다.

 “아포스타시아….”

 “에브루헨 아모치온.”

 나는 너에게 필요한 사람이 아니다. 아메 서머터지. 그자가 너에게 필요한 사람이다. 너와 함께 길을 걸어가며 그 여자가 내린 의지를 마지막까지 실현할 수 있는 자. 희망을 노래하는 밝은 빛에게는 그와 걸맞은 빛이 어울리는 것이다.

 나는 너의 약한 곳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어루만져 줄 수는 없다. 너처럼 누군가를 보듬어주는 힘은 나에게 없다. 나아가라. 이제 이렇게 마주하는 것도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사실은 네가 가장 잘 알고 있을 테니. 엷게 서린 에메랄드빛에 반짝이는 물기는 둥근 원이 되어 흘러내린다. 내가 해줄 수 있는 마지막은 너를 안아주는 것. 탁하게 가라앉아 더는 맑아질 수 없는 풀밭일지언정. 너의 하늘을 안아줄 수 있다면. 피어나는 여린 꽃이여. 너를 안아주마. 나는 너를 동정한다. 어떤 결말을 맞이하더라도. 나는 너의 선택을 존중한다.

 “에브루헨 아모치온.”

 몇 번을 불러도 그리운 이름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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