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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아메_수월가]

✿달꽃 2017. 5. 24. 00:34



* Narea - 호랑수월가 *




 찌르르. 울어대는 풀벌레도 유달리 조용하다. 세상의 소리가 사라진 날, ‘그’만을 위한 날. 수면 위에 떠오른 또 다른 달은 바람길에 휘청이는 수면에 불안정하게 흔들린다. 수면에 비친 달, 그리고 새벽에 덮여버린 맑은 또 다른 두 개의 하늘에 담긴 달. 에메랄드빛 보드란 따스함이 져버린 잠든 시간 속 숨어버린 어두운 면. 얼핏 보면 무섭다는 생각이 들겠지만, 휘어진 특유의 눈웃음은 해칠 기미를 드러내지 않았다.

 눈꺼풀을 닫아 맑은 하늘을 가린다. 가만히 눈을 감는다. 녹음이 품고 있던 서늘한 기운이 뺨을, 바짓단을 걷어붙인 다리 사이로 소르르 지나간다.

볼우물을 살며시 걷어내고 살며시 입을 뗐다.


흐르는 저 하늘을 물어 채는 범처럼

태산에 날아들어 숨어드는 새처럼

동산을 뛰고 뛰어가는 강아지처럼

온 산에 풍물 막을 내리네


바람은 지친 끝에 밤에 몸을 뉘이네

별빛은 아뜩하니 은하수를 내리네

차가운 밤하늘에 세상이 젖어 가네

그리워 홀로 타령을 하자


흘러가라 사랑사랑아

덧없이 피고 떨어지는 꽃송아

애닯구나 가락가락아

눈물에 떨어진 별을 헤네


푸른 달아 오랜 고운 내 달아

비친 내 손에 내려다오

은색 소매 내 곁에 두른 채로

한 번만 타는 입을 축여다오


푸른 달아 다시 없을 내 달아

뻗은 손끝에 닿아다오

달빛만이 흘러 바다가 되고

지쳐 전하지 못하는 수월가


 사랑받는 어머니의 아들. 어머니의 힘과 대륙에 퍼져있는 엘의 힘으로 새로운 힘을, 또 다른 신의 서약을 맺기에 이르렀으니. 부드럽게 흘러가는 목소리를 기적을 불러일으키며 피곤을 토로하는 몸은 휴식을, 안식을 취하는 육신에겐 편안한 위안을.

 세상의 소리가 사라진 날. ‘그’만을 위한 날. 기적을 부르는 힘의 영향인지, 살며시 보듬어주는 알 수없는 손길이 좋은 것인지. 찌르르 울어대는 풀벌레도, 숲의 모든 것들이 고요했다.

 맑게 갠 하늘 위에 고고하게 떠오른 달하나. 절로 생각나는 그. 어머니와 가까이 닿고자 강렬히 희망했던 여신의 검. 기적을 현실로 불러일으킨 위대한 여신의 유리 인형.

 “…참. 너를 닮았단 말이에요.”

 아려오는 가슴을 선명해지는 옷 주름으로 덮어버린다.

 낮게 읊조리는 듯한 목소리는 호숫가에서 오랫동안 울려 퍼졌다. 천천히, 고요하고, 잔잔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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