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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에브_꽃밭]

✿달꽃 2017. 6. 3. 01:10

* 의식의 흐름 多 *



 “감정이란 신이 주신 가장 위대한 힘이에요.”

 어느 날, 너는 나에게 다가왔다. 급하게 오지 않았다. 봄볕이 따뜻하게 모든 것을 비추던 날. 꽃이 피어나는 그 걸음마다. 부드럽고 포근하게. 너는 나에게 다가왔다.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듯한 꽃봉오리는 수줍게 고개를 내밀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끝을 알 수 없는 물빛 바다 위로 치켜든 하나의 꽃은 둘로 셋으로. 점점 많아지며 바다 위 수면에 자신의 얼굴을 빠끔 내밀어본다.

 “내 이름은 에브루헨 아모치온.”

 탁. 아아— 절정을 맞이하였구나. 꽃이여. 부풀어 오른 꽃봉오리는 다섯 장의 꽃잎으로 스러지며 진정한 자신을 드러냈다. 보드레한 향을 바람길에 실어 보낸다. 나를 찾아주련. 향기를 타고 멀리 퍼지라고 말하는 듯. 어여쁘지 않은 것들이 이 세상에 어디에 있던가. 생명이 가득한 이 땅의 존재하는 모든 생명은 어머니의 소중한 자식들이었다. 주어진 시간에 상관없이 그 순간을 가장 빛내기 위하여 살아가는 생명들.

 모두 같은 것이라 생각했다. 누구보다 자신의 이득을 취하기 위해서라면 손에 피를 묻히는 것 또한 마다하지 않은 추악한 존재라고 생각했다. 오직 그녀. 여신을 위하여 자신을 바라보리라. 어머니가 내려준 힘을 갈고닦아 그녀와 가장 가까이 위치한 곳에 머물리라. 의지를 실현하는 것만이 전부라고 여겼다.

 달랐다. 같은 뿌리에서 태어나 같은 어머니의 아래에서 자란 ‘그’는 달랐다. 자신이 추악하다고 생각한 존재들에게서 무언가를 보았다. 그리고 신의 힘과 무언가의 힘이 서로 반응하며 완전히 새로운 힘을 창조하기에 이르렀으니. 순수한 신의 권능도 아니며 이질적인 힘도 아닌 균형. 함께 어우러지며 섞여드는 새로운 신의 서약. ‘그’는 그것을 조화라고 불렀다. 한쪽으로 치우쳐지지 않으며 공존하는 힘. 신뢰와 유대에서 싹튼 조화는 ‘그’를 빛나게 만들었다. 

 자신과 달랐다. 하지만 다르게 선 길에서 ‘그’는 자신과 똑같이 빛나고 있었다.

 아아— 너는—?

 내 이름은 에브루헨 아모치온. 피어나는 감정. 네 이름이 무엇인지 물어봐도 될까요?”

 절정을 맞이한 꽃은 햇볕에 반짝여 해맑게 빛났다. 머리를 스쳐 지나가는 바람 사이로 달곰한 향이 나는 것만 같았다. 세상 어여쁘지 않은 것들이 어디 있단 말인가. 하지만 말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네가 예쁘구나. 여신이 이 땅에 내려온다면. 바로 너와 같은 미소를 짓고 있지 않을까?

 “내 이름은 아메 서머터지. 기적을 실현하는 자.”

 “기적을 실현하는 자.”

 꽃이 얼굴을 붉힌다. 찰랑거리며 볼우물이 넘쳐흐른다. 피어나는 향기의 무거운 듯 휘어지는 눈웃음. 가려진 입 사이로 보일 듯 말 듯한 입꼬리가 사랑스럽다. 아메 서머터지라고 하는군요? 반가워요. 손끝이 닿으면 금방이라도 녹아서 스러질 것만 같은 보드레한 목소리는 바람길 한 점에 실려 물빛 바다로 흘러내려간다.

 조화를 노래하는 힘은 기적을 만들지니. 그 찬란한 시작은 특별하지 않았다. 봄볕 따스한 어느 날. 그저 꽃 풍경이 아름답던 날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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